여름의 끝자락부터였을까.
내 삶에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문제들이 어느새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 보려 애쓰는 것이 믿음의 자녀로서 해야 할 일인 양, 주님 앞에 나아가 기도했다.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휴일이면 기도원을 찾아 무릎 꿇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마음의 평안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주님을 의지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내 방식대로 답을 찾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특별새벽부흥회를 앞두고는 얍복강에서 밤새 하나님과 씨름했던 야곱의 마음이 되어 주님께 투정하듯 기도했다.
“주님, 제 갈비뼈는 치지 마세요. 그래도 제가 강단에 무릎 꿇을 기회가 올 때는 말씀으로 저를 붙들어 주세요.”
그렇게 맞이한 특별새벽부흥회.
첫날부터 성령님께서 말씀을 조명해 주시는 은혜가 넘쳤다.
말씀 앞에서 회개의 눈물이 쏟아졌고,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네째 날 새벽, 내게는 잊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평소 예배드리던 3층이 아닌 본당으로 발걸음을 이끄시고, 맨 앞자리에 앉게 하셨다.
‘고개도 아프고 어색한데, 왜 하필 이 자리에 앉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찬양이 시작되자 그곳은 오직 주님께 예배드리는 거룩한 자리로 다가왔다.
설교가 시작되었다.
말씀으로 위로를 받던 중 강사 목사님이 나를 강단으로 부르셨다.
“저요” 갑작스런 상황에 놀람도 잠시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목사님은 나와 함께 서 있는 강단을 제외하고 본당의 불을 모두 끄게 하셨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강단을 비추는 빛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빛을 바라보게 하시며, 어떤 고난이 닥쳐도 주님의 이름으로 이겨 내라는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 순간, 나는 오래전 꾸었던 꿈 하나를 떠올렸다.
몇 년 전,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깊은 슬픔 가운데 있던 때였다. 꿈속에서 나는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부터 빛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빛 아래에는 만개한 분홍빛 꽃들이 펼쳐져 있었다.
어둡고 긴 터널인 줄 알았던 그곳은 어느새 분홍빛 벚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꽃길이 되어 있었다.
그때는 그 꿈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강단 위에서 어둠 속에 나를 비추는 빛을 바라보는 순간, 잊고 있었던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아, 주님께서 나를 잊지 않으셨구나.
내가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주님은 나와 함께 계셨구나.
오늘 강단 위에서 본 빛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었다.
내 삶을 돌아보게 하시고, 내가 누구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깨닫게 하시는 주님의 위로였다.
나는 어느새 주님께서 주신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기보다 내 생각과 판단을 앞세우고 있었다.
주님을 의지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문제 앞에서는 내 힘으로 해결하려 애썼고,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주님을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주님보다 내 문제를 더 크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손을 놓지 않으시고 함께 걸어 주시는 나의 첫사랑, 예수 그리스도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주님께서 다시 불러 세워 주셨다.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주의 자녀들 앞에 서게 하시고, 어둠 속에서 나를 비추는 빛을 보게 하시며, 다시 말씀 앞으로 돌아오라고 초대하셨다.
내게는 참으로 선물 같은 새벽이었다.
이제 나는 다시 일어서려 한다.
내 삶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싶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는 내려놓고, 내 생각과 고집보다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내 힘으로 삶을 붙들려 애쓰기보다 주님의 손을 의지하며, 내 삶의 모든 뿌리를 시냇가에 심어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싶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편 3절)
주님, 제가 다시 주님을 바라봅니다.
어둠이 사라져야만 빛을 믿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나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믿게 하소서.
내가 걷는 길이 때로는 캄캄한 터널처럼 느껴질지라도,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임을 신뢰하게 하소서.
오늘 새벽, 하나님께서는 내게 문제의 해결책보다 더 귀한 것을 보여 주셨다.
어둠 속에서도 나를 비추시는 주님의 빛,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다시 걸어갈 믿음이었다.
내가 주님의 손을 놓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한 번도 내 손을 놓지 않으셨음을 고백한다.
기적을 보여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말씀 위에 서겠습니다.
주님과 함께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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